-감사보고서 공시로 첫 공개,  1년 만에 232배

-고객 예탁자산 외 자체 보유 코인도 4159억원

국내 최대 거래소였던 빗썸이 보유한 암호화폐 규모가 작년까지 6조3584억원으로 최초 공개됐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에 처음으로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작년 암호화폐 가격 폭등과 함께 자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빗썸은 올해 처음으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생겼다.

빗썸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일, 즉 2017년 12월31일 기준 빗썸에 예치된 고객들의 암호화폐 자산은 당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5조9424억원으로 빗썸은 암호화폐 종류별로 예치 규모를 공개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이 단연 1위지만, 빗썸 고객들은 리플(XRP)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들은 작년 말 총 1조6650억원 어치의 리플(5억9762만7574 XRP)을 빗썸에 맡겨뒀다.

비트코인은 9255억원 어치(4만9559 BTC)로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이 퀀텀으로 7075억원 어치(9,761,686 QTUM), 이오스가 6550억원 어치(63,087,428 EOS), 이더리움이 5908억원 어치(583,004 ETH) 순이다.

글로벌 시총 순위가 각각 19위, 6위인 퀀텀과 이오스가 시총 2위 이더리움보다도 빗썸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는 말이다. 빗썸 고객들이 보유한 퀀텀과 이오스 수량은 이들 암호화폐 총 발행량의 약 11%와 8%에 이른다.

이러한 고객 예치 암호화폐 규모는 2016년 말 264억원의 225배에 이른다. 고객이 빗썸 계좌에 넣어둔 현금도 2016년 말 109억원에서 2017년 말 1조2993억원으로 올랐다.

작년 말은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며 투기열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로 올 1월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만큼 고객들이 빗썸에 똑같은 양의 암호화폐를 맡겨놨다고 하더라도 현재 평가금액은 3조원에 못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보고서는 더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객이 예치한 것이 아니라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암호화폐 규모가 4159억원이다. 고객이 예치한 총 암호화폐의 7%에 이르는 규모다. 빗썸은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도 종류별로 수량을 공개했다.

거래소는 본질적으로 암호화폐를 팔려는 고객과 사려는 고객이 만나 거래를 체결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거래 가격은 당연히 고객들 사이에서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특정 세력이나 거래소 내부자가 가격 형성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빗썸이 소속 임직원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작 빗썸은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무려 모든 고객이 예치한 총 암호화폐의 7%에 해당하는 양이다.(이더리움의 경우 11%에 이른다) 거래소의 암호화폐 시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모다.

빗썸은 회사 소유 암호화폐도 고객들이 위탁한 암호화폐와 함께 빗썸의 암호화폐거래소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는 거래소에서 실제로 팔린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감사보고서에 암호화폐 처분 이익 5736만원, 암호화폐 처분 손실 6128만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국내 어느 거래소도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 규모를 고객들에게 공개한 적이 없고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지한 적도 없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소가 시세를 조종할지도 모른다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빗썸은 왜 이렇게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홍보실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기존부터 보유했던 것과 고객 수수료로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빗썸은 암호화폐를 사는 고객에게는 암호화폐로, 파는 고객에게는 원화로 수수료를 받는다. 빗썸은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으로부터 거래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하지만 4159억원 어치의 암호화폐 가운데 얼마만큼이 수수료로 받은 것이고, 얼마만큼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의 보유 목적에 대한 질의에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도 빗썸과 같은 날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고객이 코빗에 예치한 암호화폐 자산은 1조5691억원, 코빗이 직접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은 390억원(고객 예탁 자산의 2.5%)이었다. 코빗은 지난해 매출 754억원, 영업이익 610억원, 당기순이익 696억원을 기록했다.

거래소가 고객이 맡겨둔 것 말고도 대량의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됨에 따라, 거래소가 소유한 암호화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전 국회의원)은 “거래소가 수수료로 받은 암호화폐도 거래소의 운영목적을 위해 처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그 처분이 시세조종의 결과를 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시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법으로 처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종래 주식시장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이슈인 만큼 거래소들과 함께 블록체인협회도 합리적인 자율규제안을 연구하고 있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지난해 매출 3334억원, 영업이익 2651억원, 당기순이익 534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의 수치는 전년의 77배, 127배, 212배다.